진선규 "'전,란'에서의 모습 실제 나와 가장 비슷, 고한민 배우 알려진게 더 큰 행복" [인터뷰M]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계 볼레돌인 통역사 '빵식'을 연기하며 입만 벌려도 빵빵 터지는 웃음을 안기고, '전,란'에서는 기품과 무게가 느껴지는 민중을 이끄는 양반 출신의 의병장 김자령을 연기한 진선규를 만났다. '범죄도시'부터 '극한직업' '공조 2: 인터내셔널' 넷플릭스 영화 '전, 란'까지 똑같은 얼굴 하나 없이 매번 다른 얼굴로 대중에게 놀라움을 안기는 배우 진선규다.


'아마존 활명수'의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로 '전, 란'의 촬영도 동시에 했다는 진선규는 "헤어스타일 때문에 분장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전, 란'에서는 상투를 써야 했는데 파마가 탱글 해서 상투가 올라와서 엄청 핀을 많이 꽃아 눌러야 했다. 그렇게 동 시기에 다른 얼굴로 변하는 게 너무 좋더라"며 동 시기에 상반되는 모습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는 소감을 밝혔다.

진선규는 "'전, 란'은 제 필모에서 참 좋은 작품이다. 지금도 너무 사랑받고 있는데 '전, 란'이 의미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소이치로라고 통역사 연기를 한 고한민 배우가 제가 너무 좋아하는 후배다. 제가 오디션 추천을 했었는데 아주 작았던 통역사 역할을 그렇게 키워냈더라. 김상만 감독님도 잘 보셔서 역할을 키워주셨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는데 통역사 장면에서 빵빵 터지는 관객을 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어제 처음으로 데뷔 12년 만에 인터뷰도 했다더라. 저한테도 참 좋은 작품이었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 그렇게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이어서 또 다른 감동이 있다."며 후배 연기자 고한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후배들에게 '나도 이렇게 됐는데 우리 계속 열심히 하고 있으면 너도 나보다 더 잘될 거'라는 말을 했다.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함도 있지만 진짜 그럴 수도 있으니까 했던 말이다. 후배들 둥 한 명이 진짜 조금씩 잘되고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말이 씨앗이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이는 말에서 진선규의 심성이 드러났다.

인터뷰를 할 때의 모습은 선하고 맑은 얼굴이었는데 '아마존 활명수'에서는 극 E성향의 혼혈인의 얼굴이었고 '전, 란'에서는 나이도 지긋한 뚝심 있는 조선시대 의병장의 얼굴이었다. 진선규는 "'전, 란'에서의 모습이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성향과 가장 비슷하다. 정의롭게 살고 싶고 차분하지만 독립이나 저항에 많은 울림을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전, 란'에서의 분량은 적었지만 오롯이 저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김자령의 진중함과 주변을 돌아보고 좋은 걸 향해가는 삶의 자세는 어려부터 부모님과 환경으로 인해 얻어진 것이다."라며 실제 자신의 내면과 지향하는 삶의 자세를 이야기했다.


'아마존 활명수'에서의 빵식이는 한없이 가벼운 인물이었다. "라이트 하지만 일행을 리드하고 싶고 휘어잡고 싶어 하는 건 인간 진선규가 갖지 못한 면이다. 그런 능력을 배역으로 소화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제가 배우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고등학교 때 작은 극단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받은 대본이 '세일즈맨의 죽음'이었다. 그 대본을 통해 처음으로 소리를 질러봤는데 그때 내 소리의 어색함이 생소하면서 짜릿했다. 그때 두 달 동안 독백을 외워서 한예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게 없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 나를 지우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다. '아마존 활명수'에서는 제가 가지지 못한 활력을 표현해야 했다. 현장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만 해도 활력이 돌더라. 희망, 삶, 환경에 대한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그렇게 상반된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던 지난해 여름이 너무 좋았다."며 동 시기에 두 얼굴을 연기할 수 있었던 동력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가진 걸 끄집어 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못하는 것에 계속 도전하려는 마음 때문에 연기하고 싶은 욕심과 마음이 넓어진다는 진선규의 말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