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포스터.■편파적인 한줄평 : 그래도 넌 존귀하니까.
위대한 평민이 되어라. 얼마나 많은 의미가 내포된 말인가. 대안학교에 입학한 딸에게 보내는 한 어머니의 한마디가 관객과 스크린 사이를 이어주는,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감독 양지혜)다.
‘괜찮아, 앨리스’는 대안학교인 ‘꿈틀리 인생학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이 안에서 자신을 찾고 스스로 행복할 권리를 누리는 아이들, 이들을 지켜보는 부모의 이야기를 담는다. 시험과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빗대어 담담하게 들려준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한 장면.‘너는 무럭무럭 자라나서 꼭 평범한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하는 부모가 대한민국엔 얼마나 존재할까. 대다수는 태어나서 좁디 좁은 입시의 경쟁에 임하고, 또 대부분은 지고 만다. 실수와 실패, 눈물의 맛을 알게 되는 과정, 그것이 평범한 어른의 삶이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기이한 시선은 이런 평범한 어른의 삶을 ‘실패자’로 규정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실패자’ 무리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학구열을 불태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리뷰를 쓰고 있는 나 역시, 별다르지 않은 청소년기를 보냈다. 25년 전에도 역시 정형화된 입시 시스템에서 상위 1% 안에 들기를 강요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 참가자인 학생에게 그 탓을 돌렸다. 제 잘못이라고 자책하던 학생들은 희생되고 또 희생되어왔다. 일각에서는 비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지적하며 ‘대안 교육’을 꿈꾸고 제시하기도 했다. 정상과 비정상을 다투면서도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은 드라마틱한 변화 없이 2024년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희망을 전한다. 그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 아주 작은 두드림이라도 여러 명이 여러번 오랜 시간 이어온다면 조금씩 균열이 일고, 낡은 시스템에 변화가 일지 않을까. 그 변화 속에서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찾고 삶의 방향성을 알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고 두드리기를 포기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담담하게 뷰파인더를 가져다댄 담백한 맛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의 입학 전 사연, 그리고 이곳에서 찾아온 일상의 변화들을 가만히 들어주면서 지금 이 시대 어른과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다음 달 13일 개봉.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