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Fu Bao)는 '복보'((福宝: 행복을 주는 보물)라는 한자 이름처럼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 번식 판다'라는 의미 덕분에 푸바오는 탄생 자체가 뉴스였다. 탄생 이후에는 형언할 수 없는 귀여움으로 순식간에 전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푸바오가 태어난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다. 사람들은 외출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고, 관계 형성도 원만하지 않았다. 흥과 정이 사라진 시간처럼 여겨졌다. 이때 TV와 유튜브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이 중계되다시피 했다.
많은 이들이 푸바오의 성장을 지켜봤다. 이 사랑스럽고 무해한 생명체가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이 동물이 도대체 뭐길래 이토록 큰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는 말인가. 인과관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예정된 이별이 다가왔다. 중국 외 국가에서 태어난 판다는 생후 48개월 이전에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반환돼야 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른 결과였다.
지난 9월 4일 개봉한 '안녕, 할부지'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 두 할부지(할아버지)인 사육사 강철원 송영관 주키퍼와의 3개월간의 시간을 담았다.
팬들에겐 예상과는 다른 영화일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 '푸바오'가 아닌 '할부지'에 방점을 찍은 건 이 작품이 두 사육사의 시선과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푸바오에 관한 콘텐츠는 TV와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범람이라고 할 정도로 반복, 재생산 됐다. 푸바오를 발자취를 꾸준히 쫓아온 팬들에게 이 영화 속 영상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영화는 푸바오 보다는 '푸바오의 사람들'을 클로즈업한다.
'안녕, 푸바오'는 사육사들의 시선과 감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이들은 4년의 시간 동안 불철주야 일하며 푸바오를 애지중지 길러냈다. 땀의 산물이자 결정체였고, 기쁨의 원천이었다. 희(喜)와 함께 비(悲)도 교차했다. 이별의 순간엔 개인사까지 겹쳐 슬픔이 극대화됐다.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를 중국으로 보내기 전날 모친상을 당했다. 그는 어머니의 발인식에 불참하고 푸바오를 배웅하는 선택을 한다. 아들의 도리와 직업인으로서의 사명이 충돌하는 그 복잡다단한 순간을 카메라는 가장 가까이에서 포착했다.
국내에 남은 송영관 사육사는 푸바오가 떠난 빈 방사장을 청소하며 끝내 오열한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동화가 일어나는 순간이지만 보기에 따라 신파적 요소를 강화한 편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 말미,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가 살고 있는 중국 쓰촨성 판다기지를 찾는 모습도 공개된다. 초미의 관심사는 푸바오가 석 달 만에 만난 할부지를 알아볼지 여부였다. 동물은 말이 없다. 그저 푸바오의 눈빛과 몸짓을 보며 유추할 뿐이다. 물론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다. 푸바오의 안녕과 행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푸바오는 푸바오답게 살아가고 있다.
'안녕, 푸바오'는 푸바오가 우리에게 선사한 시간들을 추억하는 영화다. 영화 제목의 '안녕'은 'HELLO'와 'GOODBYE' 모두 포함한다. 만남과 이별은 돌고 돈다. 이 영화를 통해 저마다의 감정으로 푸바오와 함께한 시간을 추억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팬들에겐 괜찮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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