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레드 원>▲ 영화 <레드 원>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북극 마을 사람들은 364일 쉬지 않고 성탄절을 위해 산다 모두 가 일 중독. 산타클로스의 털끝 한 올까지 지키는 북극 보안 책임자 칼럼 드리프트(드웨인 존슨)는 최근 그만둬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지켜줘야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믿었으나 비뚤어진 어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자나 깨나 산타를 호위하고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끝도 없는 이익과 자만으로 엉켜가는 냉혹한 현실에 타협하는 어른이 많아진 이유기도 하다. 500년 넘은 근무시간이 무색하게 의미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칼럼은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사표를 꺼내고야 만다.
한편, 돈 되는 일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다 하는 잭 오말리(크리스 에반스)는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를 믿지 않았다. 이후 세상에 불만 품은 어른으로 성장했다. 크리스마스국에서 관리하는 '못된 아이 레벨' 4단계를 증명한 사례이기도 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타고난 성품은 고쳐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인물인 셈이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좋은 아빠, 좋은 어른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돈이면 뭐든 찾아주면 그만인 사람, 이익 관계만이 당연한 이치라고 믿고 있었다.
세상은 점차 이기적인 어른들로 넘쳐나고 아이들은 그런 어른이 만든 세상에서 비슷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산타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전 세계가 흔들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 칼럼은 믿음 가지 않는 현상금 사냥꾼 잭과 공조해야만 한다.
산타클로스 설화의 재해석 ▲ 영화 <레드 원>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레드 원>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정체불명의 단체에 납치된 코드명 레드 원을 찾아 나서는 가족 영화다. 얼굴이 명함인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가 뭉쳐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 좋은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다. 좌충우돌 과정에서 펼쳐지는 뜻밖의 선물이 가슴 뭉클하게 전해진다.
크리스마스 설화를 재해석해 가족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서양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다양한 상상력으로 풀었다.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실존 인물 '성 니콜라스'가 영화 속에서는 코드명 ' 레드 원', 이름은 ' 닉'으로 활약한다. 선행을 실천했던 그를 기리며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는 기원을 기발한 발상으로 비튼다
하룻밤 동안 37개 시간대를 돌아다니며 전 세계의 어린이를 만나는 과정이 백미다. 근육질 산타는 단 하루를 위해 몸을 단련하고 건강을 유지한다. 환상 속에서 존재하는 산타를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는 기적이 신빙성 있게 그려진다. 흔히 상상했던 푸근한 이미지의 산태 대신 매끈하고 탄탄한 신체를 드러내는 복장에 이목이 쏠린다. 마치 히어로의 의상처럼 심미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또한 상상 속의 산타마을 북극을 현대적으로 꾸며 다양한 크리처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볼거리를 선사한다. 칼럼은 신체나 물건을 자유자재로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마법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나쁜 아이들을 벌하는 유럽 알프스 지역의 '크람푸스', 크리스마스의 마녀 '그릴라' 등이 등장해 흥미롭다. 그릴라는 악의 축처럼 보이나 버릇없는 어른을 응징하고 제거하면 험악한 세상이 좋아진다는 믿음이 강한 존재로 그려진다.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는 동심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의 착한 거짓말은 계속돼야 한다는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대체로 영화 속 캐릭터의 외형은 험악하지만 크게 위험요소는 아니다. 어려운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연대하는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유지된다. 다소 유치할지 몰라도 잔망스러움과 유쾌함이 동심을 부추기는 따뜻한 영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소 이른 개봉을 했으나 쌀쌀해지는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쥬만지> 연출자 제이크 캐스단과 <분노의 질주> 각본가 크리스 모건이 만나 볼거리는 기대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