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는 형제 부부가 자녀의 범죄를 알았을 때 이성과 본능에서 갈등하는 부모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본능이 이성에 앞선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장면 조금 아쉬웠습니다.
작품 속에서, 변호사인 형 재완(설경구 분)과 배우자 지수(수현 분), 의사인 동생 재규(장동건 분)과 배우자 연경(김희애 분)은 어머니(변중희 분)와 자녀에 대한 문제로 여러 차례 가족회의를 합니다. 이들은 서로 가족의 범위에 들어갈까요?
가족이라는 용어는 헌법, 민법, 형법 등 여러 법률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가족’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법률은 없습니다. 다만, 민법에서 ‘가족’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가족의 범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범위’를 규정한 민법에 따르면 먼저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아도 가족입니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만 가족입니다.
혼인하면 배우자로서 서로 가족이 되는데 혼인은 법률혼을 의미하고 사실혼은 아닙니다. 이혼하면 배우자는 가족이 아닙니다. 직계혈족은 친조부모, 외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녀 등을 말합니다. 어머니만 같거나 아버지만 같은 형제자매도 형제자매에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직계혈족의 배우자는 직계혈족이므로 생계를 같이 하지 않아도 가족입니다. 즉, 직계혈족인 아버지의 배우자는 어머니, 직계혈족인 어머니의 배우자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직계혈족의 배우자이기 이전에 직계혈족입니다.
생계를 같이해야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는 며느리, 사위 등과 재혼하는 경우의 어머니의 남편, 아버지의 부인, 할머니의 남편, 할아버지의 부인 즉, 새아버지, 새어머니, 새할아버지, 새할머니 등을 말합니다. 지수는 혜윤(홍예지 분)의 직계혈족인 아버지 재완의 배우자로서 생계를 같이하고 있으므로 혜윤의 가족입니다.
배우자의 직계혈족은 여성을 기준으로 하면 시부모나 시조부모, 남성을 기준으로 하면 장인, 장모 처조부모 등을 의미합니다.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여성을 기준으로 하면 배우자인 남편의 형제자매인 시아주버니나 시동생 등, 남성을 기준으로 하면 아내의 형제자매인 처형, 처제, 처남 등을 의미합니다. 혜윤은 지수의 배우자인 재완의 직계혈족으로서 생계를 같이하고 있으므로 지수의 가족입니다.
민법은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불완전한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입장에서, 처제는 배우자인 아내의 여동생으로서 배우자의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생계를 같이 하면 가족입니다. 그렇지만 처제의 입장에서는 형부는 형제자매인 언니의 남편으로서 형제자매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생계를 같이 해도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시동생은 배우자인 남편의 동생으로서 배우자의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생계를 같이하면 가족인데, 시동생의 입장에서는 형수는 형제자매인 형의 부인으로서 형제자매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생계를 같이해도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생계를 같이하면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가족인데 형제자매의 배우자는 생계를 같이해도 가족의 범위에 들지 않습니다. 이는 형제자매의 배우자가 민법의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완과 재규, 자신의 배우자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아도 가족이지만 재완과 제수인 연경, 재규와 형수인 지수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아서 가족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재완, 재규, 며느리 연경에게는 가족이지만 며느리 지수는 생계를 같이하지 않아서 가족이 아닙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보통의 가족’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