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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 뛰어넘는 진가... 흥미롭다, 한소희의 첫 주연 영화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25
[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폭설>  영화 <폭설> 스틸 이미지ⓒ 판씨네마㈜
거의 모든 매체가 영화 <폭설>의 개봉을 맞이해 제목으로 '한소희'란 이름을 맨 앞에 붙인다. 스타성으로나 가십으로나 동 세대 배우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스타의 첫 공식 영화 출연작이니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한소희의 이미지가 뚜렷하게 각인되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영화의 테두리 내에서 한소희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지분을 놓고 볼 때 보다 더 근본적인 감상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특정 세대와 시기의 '아이콘'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일 만큼 독특한 이미지를 지닌 이 배우의 진가는 영화에서 오롯이 발현된다. 2019년 첫 촬영부터 개봉 직전인 2024년 9월 보충촬영까지 5년의 세월 동안 배우 한소희의 변천과 성쇠를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폭설>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스타에 등극하기 전 배우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영화 속에서 영욕을 한 몸에 겪는 배우의 이야기와 실제 현실에서 그가 처한 일련의 상황을 겹쳐서 보고 싶다면, 혹은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스크린에선 어떤 형태로 뿜어낼지 알고 싶다면, <폭설>은 상당히 흥미로운 선택이 될 테다.

첫 번째 이야기 '설이'

'수안'은 강릉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연기 전공으로 배우를 꿈꾸는 19살 소녀다. 연기 욕심이 과해서 늘 핀잔을 먹곤 한다. 평범하게 동급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연기를 찾아 방황하던 그는 최근에 전학을 왔다는 스타 배우 '설이'와 만난다.

아직 단 한 편의 영화에도 출연하지 못한 수안은 설이를 막연히 동경하지만, 설이가 굳이 서울을 떠나 강릉으로 전학을 온 데는 이유가 있다. 곧 친해진 둘은 함께 그들만의 작은 일탈을 이어간다. 수안의 어머니 차로 무면허 운전을 감행해 서울 밤거리를 쏘다니기도,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수안은 자신을 배우로 기용하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감독으로 연출해 자신을 캐스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설이는 그런 수안이 부럽다며 자신도 출연시켜 달라고 청한다. 업어가며 부탁해도 모자랄 판에 뜻밖의 제안을 받은 수안은 어안이 벙벙하지만, 설이는 장난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농밀해가던 둘의 사이는 10대의 마지막 시절 미묘한 갈등과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고 만다.

두 번째 이야기 '수안'

수안이 설이와 연락이 끊어진 지 10년이 훌쩍 흘렀다. 설이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수안은 이제 어느 정도 지명도를 갖춘 배우가 돼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약 중이다. 거리에서 그를 알아보고 사진과 사인을 청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어쩌면 자신이 원하던 걸 거의 다 이룬 셈이지만, 수안의 심정은 공허하다. 10년 전 설이가 자신에게 토로하던 방황과 지금 수안의 입장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하다. 권태에 빠진 그는 연기현장 외에는 유령처럼 떠돌 따름이다.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지쳐 위험한 약에 손을 대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결국 답은 지난 10년간 찾지 못한 설이에게 구할 수 있는 걸까? 수안은 번민한다.

세 번째 이야기 '바다'

간신히 자신을 수습한 수안은 설이를 찾아 무작정 고향 강릉 해변으로 향하지만 아무런 근거도 단서도 없다. 그는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고, 바닷가를 응시할 뿐이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들른 해변의 술집에서 수안은 꿈에도 그리던 설이를 닮은 누군가를 발견한다. 상대는 수안을 기억하지 못하는 양 외면한다. 어쩌면 대번에 알아보고 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오래 찾았던 설이가 맞는지 수안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다.

에필로그 '폭설'

마침내 재회한 두 사람. 수안과 설이의 관계는 바다와 폭설이 만나는 경계선처럼 끊임없이 조류의 밀고 당김을 거듭하며 연결된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종결될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몽환과 매혹이 폭설처럼 쏟아지는 영화

 영화 <폭설> 스틸 이미지ⓒ 판씨네마㈜
명확한 결말이 드러나야 관객이 안심할 텐데, 결과가 확실하지 않으면 찜찜해 못참는 이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이 영화는 그런 안도감을 제공할 생각이 애초에 없어 보인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며 '그래서 대체 둘은 어떻게 된 거야?' 터져 나올 질문은 끝내 해결되지 않고 제자리를 공전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대략 이 난해한 이야기의 정체는 아래와 같이 유추될 수 있겠다.

① 보이는 그대로의 서사: 둘은 1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재회하고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갈구한다.
② 수안과 설이의 관계성: 수안은 10대 시절 설이를 동경하며 그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10년 후에 외형적으로 제법 성공한 수안은 과거 설이가 자학하던 것과 동일한 체험을 겪기에 종적을 알 수 없는 설이를 찾아 헤맨다. 그 여정의 끝에 선 건 혼자일까 둘일까?
③ 현실과 초현실, 혹은 현실 너머의 세계: 어쩌면 설이는 수안의 상상 속 존재, 혹은 자신의 욕망과 꿈의 궁극적 형태에 불과할지 모른다. 즉 수안=설이. 모든 이야기는 수안의 뇌리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범주다. 그리고 그(들)가 마지막에 선 땅은 과연 현실의 공간인지 역시 불투명하다. 적잖은 이들이 연옥 혹은 림보를 떠올리게 될 테다.

윤수익 감독은 일종의 열린 결말을 제시하며 관객의 자유로운 상상을 통한 개별의 지도를 그려나가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안과 설이는 각자의 삶을 살며 헤어졌다 만난다. 그들이 만나는 곳은 그 경계가 희미해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것 같은 강릉 해변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 둘만의 우주처럼 주변 다른 존재들은 소거되기 시작한다. 겨울 바다의 거역할 수 없는 파도는 (어쩌면 그들이 속으로 원하는 것처럼) 두 사람을 인적 없는 먼바다, 어딘지 알 수 없는 표착으로 휘감는다.

그렇게 조류에 휩쓸린 채 이름 모를 해변에 도착한 둘 앞에 폭설이 쏟아진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하얗다. 그들 각자를 괴롭히던 세속의 멍에가 무의미해진다. 그 순백의 벌판과 깊숙한 계곡에 그들 둘만 남는다. 그곳에서 둘은 비로소 온전한 합일에 도달하는 셈이다. 이야기로 아무리 설명해봐야 실제 영화를 보지 않고는 제대로 체감되지 않을 전개다.

<폭설>이라는 영화는 사건의 구체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로지 이미지와 분위기로 주인공들의 감정을 표상하는 스타일을 취한다. 따라서 눈 크게 뜨고 화면을 응시해야만 따라갈 수 있다. 언뜻 너무나 불친절한 방식이지만 천편일률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후일담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이야기 형식과는 달라도 무척 다른 실험이다.

낯설고 불친절하지만 흥미로운 실험극

 영화 <폭설> 스틸 이미지ⓒ 판씨네마㈜
<폭설>은 전형적인 퀴어 로맨스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초현실적 심리 드라마, 혹은 바라만 볼 뿐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매혹을 향한 동경을 가득 담은 판타지의 영역으로 관객을 이끈다.

수안은 자기만의 연기를 찾아 동기들과 동떨어져 머나먼 어딘가를 응시한다. 소년처럼 짧은 머리를 한 채 연기 혼을 과잉으로 불태우는 수안 앞에 그가 모든 걸 걸고 지켜야 할 고귀하고 이상적인 연인이 갑자기 출현한다. 어릴 적부터 스타였지만, 정작 자신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대중의 사랑과 인기에만 반응하게 된, 정작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고 초조감에 휩싸인 가련한 존재다. 수안은 설이를 지키고 보호하겠노라 다짐한다.

하설이는 그런 수안에게 마치 카프카의 소설 속 아무리 다가가도 도달할 수 없는 '성'처럼, 또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가 브리튼을 구하기 위해 이 세상 끝까지 추적해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성배'와도 같은 신비한 존재다. 한때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렸음에도, 수안이 10년 동안 찾아도 만날 수 없었던 설이의 홀연한 등장, 그리고 논리적으론 개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바다와 폭설의 한가운데 시간은 그런 불투명성으로 관객을 다른 차원에 전이시키고 만다.

영화의 움직임 전반을 구축하는 수안 역할을 맡은 한해인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 그런 수안이 설이를 찾는 필사의 추적기, 개봉 직전까지 감독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감행한 다년간의 추가 촬영, 강릉의 신비로운 풍광 등이 잘 어우러져 있지만, 결국 <폭설>에서 영화 속 수안과 스크린을 응시하는 관객을 사로잡는 건 한소희라는 시대의 아이콘 격 배우가 가진 (연기력과 별개의) 상징적 이미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왜 이 배우가 유독 돋보이는지 만천하에 알리고자 하는 듯 단일목적으로 오직 총력을 다해 집중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신비하고 고혹적인 매력을 드라마와는 다른 차원의 경지로 뿜어내는 설이라는 존재는 마치 전설 속 '설녀' 혹은 안데르센 동화 속 '눈의 여왕'의 또 다른 이름으로 뇌리에 남게 될 테다. 감독의 의도가 필자가 추론한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폭설>에 대한 대중적 호불호와는 별개로 (영화 속 주인공들이 온몸으로 표현하는) 어떤 극점에 도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 <폭설> 포스터 이미지ⓒ 판씨네마㈜
[작품정보]

폭설 Heavy Snow
2023 한국 드라마
2024.10.23. 개봉 87분 15세 관람가
감독/각본 윤수익
주연 한해인(수안 역), 한소희(설이 역)
출연 정수지, 오은재 외
제공 강원영상위원회, (사)한국영상위원회
제작 LINT FILM
배급 판씨네마㈜

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38회 런던BFI FLAIR영화제 초청
제31회 함부르크국제영화제 초청
2024 홍콩아시안CINERAMA영화제 초청
21회 로마아시안영화제 경쟁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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