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보통의 가족', 엔딩 이후 시작되는 진짜 서스펜스

▲ 보통의 가족. 제공ㅣ하이브미디어코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웬만한 공포물보다 더한 현실 공포를 안기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금이야 옥이야 기른 내 아이가 살인자가 된다면, 과연 보통의 부모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16일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김희애의 표현처럼 '밥 세 번 먹으면 끝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마치 1막, 2막, 3막으로 나뉘듯 식사 자리마다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지며 관객들을 점차 숨가쁘게 몰아가는 매력의 작품.

부유한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평범한 의사 재규(장동건)는 형제지만 다른 신념을 지닌 인물들. 옳고 그름보다는 변호사답게 철저하게 의뢰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재완과 생명을 대하는 소아과 의사 재규의 가치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을 모시는 문제로 첫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나눈다. 재완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자고 제안하고, 재규는 못내 내키지 않는 기색을 보인다.

어른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재완의 큰 딸과 재규의 아들이 술 기운에 노숙자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이후 이 사실을 차례로 알게 된 재완과 재규, 그리고 두 사람의 아내 지수(수현)와 연경(김희애) 역시 큰 충격을 받는다.

사건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두 번째 식사에서는 아이들을 자수 시킬 것인지 여부에 대해 두 가족이 토론에 나선다. 도덕성이 강한 재규, 합리적인 판단이 우선인 재완, 재완 딸의 계모인 지수, 아들 사랑이 끔찍한 연경이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인다. 관객의 입장에서 부모로서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이 네 인물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세 번째 식사 자리를 갖기 전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진실이 부모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 사이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아이들은 폭행 가해자가 아닌 살인자가 된다. 결국 그동안 보여줬던 부모들의 신념과 정의에 대한 가치관이 뒤집히고 감정의 충돌이 일어난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이들의 말과 행동을 선뜻 비난할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정답을 알고 있지만 자식의 앞날에 얼마나 크고 참혹한 대가가 기다리는 줄 알기에, '이번 한 번만 넘어가면'이라는 부모로서 숨길 수 없는 솔직한 욕심과 민낯이 뻔뻔하게 치고받으며 관객들의 딜레마를 자극한다. 결국 식탁 앞 뒤섞이는 감정들과 폭발하는 고밀도 에너지들이 객석을 숨가쁘게 몰아가고, 터질듯 부풀어오르는 엔딩에서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듯한 결말을 선사한다.

자칫 단조로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높은 몰입도와 함께 휘몰아치는 감정적 에너지가 강력한 드라마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 이후 진짜 관람이 시작된다. 러닝타임보다 긴 시간동안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곱씹는데 푹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