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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룡성채:무법지대’ 1997년의 홍콩의 한 구석 (정보서 감독,2024)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16
<구룡성채:무법지대

사이버펑크SF의 걸작인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좁고, 낡은, 허름한 아파트 사이로 뚫린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의 모습이다. 이 그로테스크란 건물이 바로 홍콩 ‘구룡성채’의 이미지이다.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마지막 장면에서 양조위가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빗는 그 좁은 공간도 이곳이다. ‘구룡성채’의 남루하고, 기이하고, 폐쇄적인 모습은 번잡한 홍콩의 아찔한 슬럼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구룡성채’는 마치 가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자가증식한 것 같은 기묘한 밀집형태로 오랫동안 빈민가, 우범지대, 악의 소굴 등으로 인식되었다. 10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을 거치며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던 이곳은 지난 1993년 완전 철거되었다. 이후에도 홍콩 사람들에게 ‘집단 회억(回憶)’의 시공간으로 남아있다. 그 곳을 배경으로 한 홍콩영화 <구룡성채:무법지대>가 16일 개봉한다. 지난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어 왕년의 홍콩액션영화, 홍콩느와르를 기억하는 영화팬에게 반가움을 안겨줬던 작품이다.

(우선, 홍콩에서 만든 중국영화, 광동어 더빙 영화는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혼란을 준다. 특히 한국극장가에 내걸릴 때는 영어이름과 뒤섞여 소개된다. 이 점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홍콩영화를 접한 관객에게는 그러려니 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구룡성채’에 대한 전설, 암흑가의 세력다툼에 대해 잠깐 자막으로 설명한다.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이곳을 장악한 것은 레이(雷震東)였다. 그의 수하 찬짐(陳占,곽부성)은 ‘살인왕’이라고 불릴 만큼 잔혹했다. 하지만 사이클론(고천락), ‘추’(임현제), ‘타이거’(황덕빈)와 손을 잡고 일대 전쟁을 벌여 마침내 이곳을 평정한다. 뛰어난 무공과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사이클론은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나름 평화와 안녕을 구가한다. 성채 밖에선 빅보스(홍금보) 무리가 진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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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홍콩에 밀입국한 천록쿤(陳洛軍,임봉)이 돈을 벌기 위해 빅보스의 격투도박장에 발을 디뎠다가 겨우 구룡성채로 도망오면서 본격화된다. 갈 곳 없는 처량한 신세의 록쿤을 사이클론이 거둬준다. 이제 이곳에 머물며 신이(유준겸) 등 몇 명의 벗이 생긴다. 그런데 이런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옛 세력싸움에서 찬짐에게 잔혹하게 가족을 잃었던 추(임현제)는 복수를 노리는데, 그 원흉의 아들이 바로 천락쿤이었던 것. 이제 어제의 적, 오늘의 친구, 오래된 과거가 현재의 복수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구룡성채 재개발을 둘러싸고, 빅보스 세력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금보의 오른판 킹(오윤룡)이 마각을 드러내면서 홍콩액션영화사상 길이 기억될 액션의 대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구룡성채>에서는 오랜만에 선굵은 홍콩 액션영화의 장기를 만날 수 있다. 주먹과 주먹, 몸들이 서로 부딪치고, 칼과 낫이 교차하며 장검과 단검이 호응한다. 기(氣)를 실어 내지르는 주먹 한 방에 사람이 저만치 날아간다. 마치 장풍이라도 쓰는 듯 패거리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홍금보, 고찬락, 임현제의 무공은 당연히 보스 급이다. 그런데, 오윤룡이 연기하는 킹(王九)의 무공은 가공스럽다. 칼과 도끼가 그를 찌를 수도, 벨 수도 없다. 마치 극한의 희열 상태에 올라 작두를 타는 무당 같다. 실제 그가 보여주는 무공은 ‘신타’(神打)라고 불리는 것이다. <황비홍2>에서 백련교도들이 보여주던 무공이다. 고천락이 비장하게 죽는 순간, 임봉과 젊은 친구들이 그로기 상태로 그와 맞서는 대결 장면은 황홀할 정도이다. 무술감독은 다니가키 켄지가 맡았다. 기존의 홍콩액션물에 신비로움과 독창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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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성채>는 소설과, 그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만화를 기반으로 정보서(정바오루이) 감독이 액션물로 완성시켰다. 그런데, 액션의 화려함 속에 무협물의 기반을 건드린다. 원래, 정통 무협물은 부모의 원수, 가문의 복수를 위해 평생을 단련하고, 일생을 바치고, 일신을 기꺼이 내던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기반이다. 그 과정에서 ‘알고 봤더니, 원수의 딸’, ‘죽이고 봤더니, 친부’ 같은 드라마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구룡성채>는 그런 원한의 복수극에 마침표를 찍는다.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는 아버지 세대에서 끝내자”고.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미래를 그려야한다는 것이다. 굉장한 의식의 변화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중국과 홍콩의 관계로 확대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홍콩의 역사, 인물, 이야기는 세대를 끊고, 뛰어넘고, 다음 스테이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구룡성채:무법지대>에서는 초현대식 홍콩의 도시모습이 아니라, 극한의 슬럼가에서 펼쳐지는 최고의 무공을 볼 수 있다.

▶구룡성채:무법지대 (九龍城寨之圍城/Twilight of the Warriors: Walled In) ▶감독:정보서(鄭保瑞/정바오루이) ▶제작:莊澄,葉偉信 ▶무술감독: 다니가키 켄지(谷垣健治) ▶출연:고천락(古天樂) 홍금보(洪金寶) 임현제(任賢齊) 임봉(林峯) 류준겸(劉俊謙) 황덕빈(黃德斌) 호자동(胡子彤) 오윤룡(伍允龍) 장문걸(張文傑) 곽부성(郭富城) ▶원작:余兒 소설/ 司徒劍僑 만화 ▶개봉: 2024년10월16일/125분/15세이상관람가

[사진=콘텐츠판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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