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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에서 인류애까지, 사랑 능력 키운 로봇의 등장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10
[리뷰] 영화 <와일드 로봇> 영화 <와일드 로봇> 스틸컷ⓒ 드림웍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루피타 뇽오, 패드로 파스칼 주연의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은 특별한 영화다. 야생의 동식물로만 가득한 낯선 섬에 떨어진 도우미 로봇 '로즈'가 환경에 녹아들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어디서 본 듯하면서도 결코 식상하지 않은 전개를 끌어낸다.

로봇의 모성애? 거기서 끝나지 않는 이야기

주인공 로즈는 자신의 불시착 직후, 얼른 공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에게 가족을 잃은 새끼 기러기 한 마리가 '달라붙게' 된다. 로즈는 다가올 겨울까지 그 기러기를 날 수 있도록 성장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섬에 남게 된다.

로즈는 새끼 기러기에게 '브라이트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육아를 도와 줄 여우 '핑크'와 일종의 대안 가족을 꾸린다. 여기까지만 보면 불현듯 생긴 자식으로 인해 '어머니 됨'을 깨달아 가는 여자의 영화처럼 읽힐 수도 있다. 캐릭터에게 '엄마'의 역할을 갑자기 부여해 끝없는 자기희생의 길을 걷게 만드는 스토리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와일드 로봇>은 이러한 우려를 일시에 종식한다. 로즈는 브라이트빌을 비행하는 기러기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이 지점은 영화의 1막 후반~2막 중반 정도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 이 스토리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로즈가 '육아'를 이뤄내면서 섬의 다른 동물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로봇인 로즈도, 여우인 핑크도 기러기의 신체 구조를 잘 모르기에 둘은 거듭해서 다른 동물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런 과정에서 처음에는 로즈를 잔뜩 경계하던 섬 동물들도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이후 브라이트빌의 비행 연습이 이루어지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모여 그 경이로운 순간을 감상하기도 한다.

이때 맺어진 관계는 로즈로 하여금 섬의 모든 동식물을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브라이트빌이 기러기 무리와 섬을 떠난 후에도 로즈는 '그를 기다린다'라는 명목하에 섬에 남는다. 겨울잠으로도 버티기 힘든 겨울이 오자 포식자·피식자를 구분하지 않고 자기 집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고, 로즈를 만든 '회사'의 로봇들이 찾아와 섬 생태계를 위협하자 그들에게 맞서 싸우기도 한다.

이처럼 <와일드 로봇>은 단순한 모성애의 이야기가 아닌 연대와 인류애의 가치를 담은 이야기이다. 로즈는 자신을 좋게 보지 않는 공동체로부터 숨어 지냈으나, 한 생명체와 가족이 됨으로써 타인을 아끼는 마음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 마음이 공동체를 향한 것으로까지 확대돼, 자신을 서먹하게 대하던 사회마저 품게 되는 것이 <와일드 로봇> 속 로즈의 진정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로즈를 둘러싼 인물들이 '엄마 도우미'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한다. 여우 핑크는 로즈의 육아를 진심으로 도와주는 조력자 인물이지만, 그 자신도 숲속 사회에서 소외돼 왔기에 로즈와의 우정을 갈구한다. <와일드 로봇>에는 다양한 우정, 혹은 그런 이름을 한 사랑과 애착의 관계가 묘사되기에, 모성애는 '신성하거나 당연한 것'이 아닌, '현존하는 다양한 사랑의 한 형태'가 된다.

본작의 모성애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가치'가 아니라, 이기심이 공동체를 향한 연대의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교두보의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자기희생적인 서사나, 그로 인해 느껴지는 불편함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인간 없이 펼쳐지는 '인간다움'의 이야기

 영화 <와일드 로봇> 스틸컷ⓒ 드림웍스
<와일드 로봇>은 작중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이용해 작품의 배경이 인류 문명을 '리셋시킬' 정도의 기후 재앙 이후라는 것을 드러낸다. 철새들의 이동 장면에서 물에 잠긴 금문교를 보여주는가 하면, 로즈를 만든 회사도 인간들의 피난 도시를 운영하긴 하지만 그 규모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로즈는 인류 문명의 부산물을 대표하고, 숲속 동물들은 그를 경계하는 자연을 대표한다. <와일드 로봇>이 그 특유의 감성으로 해내는 또다른 놀라운 일은, 바로 환경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도 인류 전체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의 동물들은 로즈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겠지만, 영화 후반의 동물들은 로즈의 기여와 도움으로 인해 처음보다도 더 끈끈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있다.

'인류 문명의 비(非)존재야말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는 극단적이면서도 책임감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야생의 '와일드 로봇'이 돼 동물들과 함께하는 로즈의 모습을 통해 인류 문명이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숲속 동물들의 캐릭터성 역시 인간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로즈가 나타나기 전의 동물들은 각자의 삶에 만족해하며, 자기 생활 반경 밖의 존재들을 이상하게 여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소외된 개체를 따돌리기도 하고, 매일같이 나무를 깎는 동물의 열정적인 취미를 '이상하다'고 일축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즈의 도움을 통해 모두가 살아남게 된 겨울부터, 숲속 동물들은 포식자·피식자를 구분할 것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인원들을 '공감 가는 인물'로 설정해 작중 인류를 타자처럼 느껴지게 만든 <혹성탈출> 시리즈처럼, <와일드 로봇>은 보통 인간들에게 주어질 역할을 전부 동물들의 것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인간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영화'이기에 오히려 인간의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와일드 로봇>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로즈와 숲속 동물들에게 차례로 공감하면서 자연 속 인간의 위치를 실감하는 동시에, 비인간 동물들과 사회적 약자에게 손을 뻗게 만드는 자비심 역시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와일드 로봇>은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되, 뻔한 이야기를 재탄생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모성애의 위대함'을 강조하지 않고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인류애를 이야기하며, 자연의 경이로움만을 찬양하는 대신 불완전하기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생태계와 그 속에서 인류가 가져야 할 역할을 이야기한다. 사랑스러운 아트 스타일과 출연진의 열연 역시 이러한 주제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싸늘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따뜻한 마음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극장에서 <와일드 로봇>을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와일드 로봇> 스틸컷ⓒ 드림웍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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