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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07
[29th BIFF] 영화 <정순>으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함께 살기 위해서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거 안하면 굶는다! 이런 절실함을 보시고 저를 선택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을 다하겠다."

패션 회사에 다니는 큰 아들이 맞춰준 정장을 입고,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둘째 아들의 보디로션을 바른 채 배우 김금순은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영화 <정순>으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를 두고 주변에서도 마음 담은 축하가 이어지고 있었다. 당시의 감격을 안고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소화 중인 그를 지난 4일 만날 수 있었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 면면을 보니 내가 여기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김서형씨가 상 받으면 울 거냐고 묻기도 했다(웃음)"며 "배우 정우성씨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잖나. 송중기씨가 옆에서 제게 축하한다고 하고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다"고 김금순은 지난 3일 부일영화상 시상식 당시 기억부터 전했다.

 영화 <정순>으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김금순.ⓒ 사람엔터테인먼트
영화, 첫 사랑의 기억

중년 여성의 뒤늦은 사랑, 그리고 디지털 성폭력과 그에 따른 개인의 파괴와 회복을 담은 영화 <정순>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만큼 배우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분기점이 돼 보였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정순>은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았고, 로마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등 현재까지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에서 결혼을 앞둔 딸이 있잖나. 정말 창피하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었다. 저도 자식을 키우니 잘 알지. 자식에게 부끄러워지는 게 부모로서 그렇게 힘든 일이다. 그게 가장 마음 아픈 순간이었다. 영화의 메시지가 무거운데 이걸 어떻게 잘 표현해서 거칠지 않게 관객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여러 영화제를 다니다 보니 비슷한 아픔을 겪은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 그 한 분 한 분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몸에 사포를 문지르는 것 같은 아픔이 있을 수 있는데 영화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저도 그렇고 모든 제작진들이 애썼다."

 영화 <정순>의 한 장면.ⓒ 씨네마루
배우 개인 인생에서도 <정순>은 큰 의미였다. 결혼 후 육아와 생계를 위해 좋아하던 연기를 그만 뒀다.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오던 김금순은 두 아이가 태어난 뒤 10년 간 연기를 하지 못하다 2011년 한 단편영화로 복귀한다. 연극 무대를 넘어선 첫 매체 연기였다. 집에서 혼자 프로필 사진을 찍고, 여러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리다가 영화 인력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활발하게 정보를 찾던 당시를 그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가 유치원 다닐 무렵이었다. 더 돌봐야 하는 시기라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뭔가 스스로 사기를 치는 것 같고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았다. 지인이 영화를 한번 해보라고 추천해줘서 인터넷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렸지. 제 연극 경력을 보시고 한 분이 연락을 주셔서 단편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거마비라며 돈을 주셨는데, 아 이거 해야겠다 싶었다. 집안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구나 싶었던 거지(웃음)

카메라 앞에 딱 섰는데, 첫사랑을 만났을 때 느낌이었다. 렌즈가 사람 눈 같잖나. 넌 누구냐? 이런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모니터로 보고 있는데 카메라를 통해 제게 이런저런 얘길 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저, 이제 영화 14년 차다. 아직 더 보여드릴 게 많다. 소처럼 일해야 한다(웃음)."

경력을 통틀면 30년 가까이 되지만, 경력 단절 이후 경험한 매체 연기로 그는 신인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정순>을 본 한 관객이 '우리에게도 다시 피어나는 50대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쓴 댓글을 소개하며 김금순은 "살다 보면 정순이 겪은 미디어 성폭력이 아니더라도 각자 삶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순간들이 있다"며 "정순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또래 중년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고 특별한 소회를 밝혔다.

강렬한 현실성의 힘

 영화 <정순>으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김금순.ⓒ 사람엔터테인먼트
그 어떤 판타지 같은 역할이라도 배우 김금순을 만나면 현실에 존재하는 것 같은 설득력이 생길 것만 같다. 영화 <사바하> 속 그 무당도, 그리고 최근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와 <엄마친구아들>에서의 모습도 우리 주변에 꼭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들이었다. 전적으로 김금순의 개성이다. 최근 들어 부쩍 일상에서 그를 알아보는 분들이 늘었다며 새삼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를 할 때 후배와 전철을 타며 가고 있는데 어느 분이 쪽지를 주셨더라. 백일홍을 잘 보고 있다면서, 그것도 조심스럽게 후배 통해 건네신 것이다. 너무 감사했다. 공항이나 마트에서도 잠시 멈추셔서 절 보시며 아는 사람 같다고 하는 분도 계신다. 네 맞습니다 저예요! 화답한다(웃음)."

이렇게 매사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하는 일의 소중함을 알고,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 아닐까. 김금순은 연기와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전했다. 중학교 때 연극 선생님이었던 이희대 교수를 언급하며, 김금순은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그만큼 저도 간절했다"고 말했다.

"서라벌 예술대학 선생님이셨다가 중학교로 오신 분이셨다. 그분께 배우면서 무대에서 대사를 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 느낌이 참 신기하더라. 근데 집에선 엄청 반대했지. 아버지가 호적에서 판다고 했는데 저도 더 강력하게 고집을 피웠다. 교사 집안이라 당연히 저도 선생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근데 어느 날 등본을 떼러갔는데 정말 제가 없더라(웃음). 말소를 시켜버린 것이었다.

나중에 결혼하고 10년 공백기 이후에 영화를 할 무렵에 아버지께서 전화로 미안하다고 하셨다. 제가 그렇게 오래 연기할 줄 몰랐다고, 그때 잘 도와줄 걸 하시더라. 그만큼 제겐 공백기가 귀한 시간이었다. 지금 하는 생활연기를 위한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제가 사실 요즘 들어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아직 안 들어온다(웃음). 제가 몸을 잘 쓴다! 그리고 물리학, 천문 이런 걸 좋아해서 SF 판타지도 해보고 싶다. 브래드 피트의 <애드 아스트라> 같은 영화가 너무 매력적이더라. 배우가 정말 좋은 게 그 모든 직업을 할 수 있잖나.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연기를 상상력으로 할 수 있을까 내가 그런 배역을 맡으면 어떨까 생각하곤 한다."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 가볍게 책을 보는 일상. 배우 김금순이 지키는 루틴이었다. 일상을 잘 사는 게 연기에도 좋고, 삶에도 좋다는 그의 철칙이었다. 다만, 일단 작품에 들어가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인물을 분석하고 몰입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메소드 연기>를 비롯해 이명세 감독이 총괄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더 킬러스>에서 김금순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금순은 자신을 있게 한 여러 독립영화들을 언급하며, 창작자들의 반짝거리는 작품을 응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런 영화들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독립영화를 발판 삼는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미 독립영화에서 여러 배우나 창작자들의 특별함이 발견되어 대중에게 소개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반짝반짝한 배우들이 많다. 아직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영화들을 더욱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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