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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좋았는데... 아쉬운 건 관객 위한 '노력'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07
[김성호의 씨네만세 848] 16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실험영화라 불리는 장르가 있다. 기존 영화의 관습, 이를테면 문법과 구성을 깨뜨리고 새로운 양식을 탐구하는 작품을 실험영화라 이른다. 말 그대로 영화로 실험을 한다는 뜻이겠다. 통상의 영화가 관객이 기대하는 것을 기대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곤 한다면, 실험영화는 관객이 기대하는 것을 판판이 깨뜨려 나간다. 그리하여 혹자는 '실험영화란 관객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일 테다.

누군가는 실험영화의 가치에 의심을 표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험영화 중에선 관객이 영화의 가치를 도무지 어디서 찾아야 할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종일 붉고 하얀 섬광만 나온다거나 두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카메라를 멈춰두고 똑같은 풍경만 찍는다거나 하는 영화를 보고서 '이야 이것 참 걸작일세'하고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심지어는 관객 대부분이 쿨쿨 코를 골며 자고 나오기도 하니, 실험영화라는 게 대체 관객을 위한 것이기는 하냐는 비판도 가능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영화엔 존재가치가 있다. 낯설게 하는 것, 형식을 파괴하는 일의 유익함은 예술과 문화부문에서 익히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수치로 환산되고, 인기가 곧 돈이 되는 세상에서 예술과 영화 또한 관객에게 더 다가서려 안달하게 되기 마련이다. 관객에게 먹히는 작품이 정답처럼 여겨지기에 관객이 원할만한 것을 찾아 아예 떠먹이다 시피 건네고는 한다. 그저 떠먹이는 것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더 자극적인 장르와 소재에 골몰하여 마침내는 영화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돌아보지 않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먹히는 방식만을 되풀이하다 마침내는 새로운 무엇에게 완전히 패퇴하고 마는 것이다.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영화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낯선 시도

한때는 참신했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몰락하여 이제는 알아보는 이 없는 곳이 되고 말았는지를 우리는 안다. 또 한 시절 잘 나갔던 르네상스 사조 예술과 그 이후 등장한 인상파 화가들이 어떻게 팔리지 않는 신세가 되었는지 또한 한다. 몰락하는 많은 문명, 국가, 기술, 장르들이 왜 그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는지가 실험영화를 배제하려는 시각과 따로 있지 않다.

영화라는 매체, 카메라란 도구, 영상과 음향의 결합이며 연기와 연출의 역할까지를 실험영화는 실험한다. 그로부터 영화예술이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을 탐구하고, 때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는 일이다. 관객의 예상을 뒤엎고 기존 문법을 파괴함으로써 매체, 또 장르 안에서 혁신을 꾀하는 것이 바로 실험영화의 가치가 된다.

올해로 제16회를 맞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꾸준히 실험영화를 선보이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은 익스팬디드 섹션 단편부문에 묶인 작품이다. 올해 이번 섹션에 초청된 11편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명칭 그대로 '확장'이라는 개념 아래 충실한 작품들을 가려 뽑았다 전한다. 각기 미술과 사진, 음악, 그래픽 디자인, 뉴 미디어 등 다채로운 소재를 적극 활용해 제작한 영화들로, 기존 영화의 경계를 적극 넓혀나가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외계와 지구, 인간과 불가해한 존재 사이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은 낯선 사진의 연속으로 묶인 영상이다. 주차장에 문 열린 차 한 대가 서 있고, 그 안엔 운전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그저 잠든 것인지 술이나 마약에 취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가운데서 영상은 주차장을 넘어 아파트 단지와 떨어지는 별, 온갖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비춘다.

거의 없다시피 한 대사와 사건들 사이로 지속되는 건 영상과 음향이다. 명멸하는 빛의 영상 가운데 등장하는 사진은 익히 우리가 아는 어느 물체들을 보여준다. 아파트와 같은 익숙한 대상부터 인간의 팔뚝, 거기에 눌린 어느 자국들과 그 이후 보이는 움직이는 액체, 의식을 잃은 인간의 모습까지가 사람을 마취시키는 향정신성 물질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여태껏 본 적 없는 외계의 존재가 지구에 당도하는데, 그가 인간을 납치하며 인간을 물체로 변형시키기도 한다고 적혀져 있다. 도통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이야기는 외계의 존재가 인간세계를 부유하며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과정을 펼쳐낸다. 외계의 존재가 인류를 마침내 제 것으로 만들어가는 듯도 보이는데, 인간은 제가 삼켜지는 줄도 알지 못하며 엉망진창 지금처럼 살아간다.

▲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현대 건축과 권력구조로부터 얻어낸 착상

감독은 영상예술가로 알려진 로스 맥페슬이다. 시대의 무력감과 종말론 등을 파고드는 작품을 찍어 왔다는데,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 또한 그와 작품군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감독이 직접 적었다는 글에선 '현대 건축이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를 만들고, 강화하고, 실행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한다'고 그 의도를 적어 놓기도 하였다. 과연 건물이 등장하긴 하는데, 그것이 권력구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나는 영화를 졸지 않고 보고도 제대로 설명해낼 수가 없다.

이렇다 할 서사라는 게 없이 이어 붙은 사진과 명멸하는 화면, 음향만이 지속되는 작품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파트의 모습이 부동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짐작하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권력구조 등의 함의를 영화가 제대로 짚어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감독은 '건물들이 주체가 되지만, 물리적인 UFO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며 '영화적 틀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 내 이전 작품들이 탐구해 온 다양한 주제와 현대적 이슈들을 이 영화에서 확장했다'고 적고 있다.

▲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에게 다가서려는 창작자의 노력은 아쉬워

또 한편으로 '죽음 충동, 세계화, 그리고 디지털이 인류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되지만, 이런 항목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고도 부연한다. 말하자면 다루는 것은 많은데 어느 이슈 하나를 진득하게 파고들지는 않는 작품이다. 파고든다 해도 그 방식은 일반 관객이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이 작품이 말하는 확장, 그것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될 테다. 이 영화가 말하는 주제, 이를테면 물질과 권력구조, 욕망 따위의 것들에 대해 이제껏 다뤄지지 않은 방식과 형식으로 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껏 없는 무엇이라면 영화의 세계에 있어 나름의 존재가치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것이 감독과 영화제가 말하는 확장이라면 이 영화가 일부나마 그에 기여했다 말하는 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테다.

다만 아쉬운 건 관객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실험영화이며 확장을 의도한 것은 물론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겠으나, 꼭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품을 마주한 이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관객에 대한 영화인의 존중이고, 확장을 하면서도 관객에게 감흥을 안기려는 노력인 것이다. <추락하는 별에서 나오는 불꽃>이 과연 그런 노력을 다하였는가. 나는 감히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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