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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친구의 커밍아웃... 유명 코미디언, 미국을 울리다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04
[리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윌과 하퍼><엘프>, <오피스>, 그리고 <바비>로 코미디와 정극 연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미국의 중견 배우 윌 페럴이 주연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윌과 하퍼>가 공개됐다.

<윌과 하퍼>는 윌 페럴과 오랫동안 코미디 생활을 함께해 온 친구 '하퍼 스틸'이 61세의 나이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커밍아웃하면서 시작된다. 하퍼의 결정을 있는 힘껏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윌은 단둘이서 미국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을 기획한다.

 영화 <윌과 하퍼> 스틸컷ⓒ 넷플릭스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한다

<윌과 하퍼>의 주연 2인방은 모두 60세를 웃도는 나이이다. 그들은 그동안 배우로서, 그리고 코미디 작가로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 왔고 비평적으로도 인정받은, 소위 말해 '아쉬운 것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늦은' 나이에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살아가겠다고 한 하퍼의 결정은 많은 의문을 낳을 수도 있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윌 페럴이 하퍼에게 던지는 질문은 공격적이지 않고 다정하다. 곧바로 '왜'를 묻기보다는 하퍼가 커밍아웃(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알림)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린 후에 하퍼가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등을 묻는다. 의학적 치료를 통한 신체적 차이 등 민감한 문제를 물어야 할 때는, 꼭 하퍼에게 허락을 받기도 한다.

윌은 하퍼를 '납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퍼의 결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를 선택하기보다는,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기로 결정한 하퍼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하퍼는 오래전 자신의 일기장을 공개하기도 하는 등, 어떤 분석적 다큐멘터리보다도 더 질적·양적으로 풍부한 성소수자로서의 경험담을 풀어낸다. 따뜻한 환대가 그 어떤 '냉철한 접근'보다도 진실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또 <윌과 하퍼>는 상대의 소수자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여실 없이 드러낸다. 지금껏 백인 남성 주류의 사회에서 살아왔던 윌은 물론이고,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하퍼조차도 성소수자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을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다큐멘터리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럼에도 윌과 하퍼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이해'가 꼭 '지식'을 동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윌과 하퍼> 스틸컷ⓒ 넷플릭스
당신의 친구가 소수자라면... 위험한 타자화의 덫

<윌과 하퍼>는 전반적으로 하퍼의 어린 시절 고향을 돌아보거나 둘에게 의미가 있었던 장소를 방문하며 지인들에게 환대받는 등, 따뜻한 내용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둘이 함께 스테이크집에 갔을 때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1시간 안에 많이 먹기'를 성공하면 스테이크를 무료로 준다는 레스토랑에서, 윌은 특유의 쇼맨십을 발휘해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하지만 이는 윌과 동행하던 하퍼에 대한 필요 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인터넷에서의 혐오 반응으로 이어졌다. 심지어는 윌 페럴 본인의 팬이었던 사람들조차도 하퍼를 위험인물 취급하거나 그녀의 정체성을 무시한 것이다.

"그것들이 내 머릿속에 살아."

소란스러운 자리에서 피한 뒤 하퍼는 악성 댓글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윌에게 위와 같이 털어놓는다. 윌은 예전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자신의 행동이 하퍼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인다.

위의 짧은 사건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 최근의 서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는 큰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트랜스젠더 시민들에게 성전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아예 불법화하기도 했다. 일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트랜스젠더에 관한 논란이 짙어지자 'Drop the T(성소수자를 뜻하는 LGBT 약어에서 T를 떼라는 뜻)' 움직임을 통해 그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였다.

<윌과 하퍼>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가해지는 수많은 공격을 일일이 반박하는 대신, 윌과 하퍼의 우정을 통해 '타자화의 덫'이 어디에나 존재함을 보여준다. 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공공선' 등의 탈을 쓰면 일견 그럴싸해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인이나 성소수자가 '시끄러운 문제의 원인'으로 보이는 것이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탄압의 대상이라면, 그 혐오에 동조할 수 있을까?

일례로 미국의 대안 우파를 대표하는 인물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자 공화당의 성소수자 탄압 정책에서 발을 뺀 적이 있다.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는 '일부의 문제'라고 일축하기 쉽지만, 그 '일부'는 우리 사회와 뚝 떨어져서 존재하지 않고 어디에나 있다. 본작에서 하퍼가 '정치적 존재'가 아닌 '윌의 친구'로서 존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윌과 하퍼> 포스터ⓒ 넷플릭스
<윌과 하퍼>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가까운 두 사람의 우정 여행이라는 소재에 결합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커다란 혐오를 물리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본작은 우리 세상에 깊이 뿌리박힌 배척과 탄압의 역사를 단숨에 제거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늦게나마 진정한 자신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제공하고, 그런 그들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친구에게 다시 한번 다가갈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소수자를 향한 인간적·정책적 혐오가 만연해지는 요즘, 넷플릭스에서 <윌과 하퍼>를 감상해 연대와 공감의 힘을 다시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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