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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키려 이 정도까지? 목숨 건 두 남자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02
[넘버링 무비 391] 영화 <더 커버넌트> 영화 <더 커버넌트> 스틸컷ⓒ imdb.com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2018년의 아프가니스탄에는 여전히 전운이 감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임시정부가 구성됐으나, 여전히 지속적인 테러전을 펼치며 세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이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20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그 결과로 이듬해인 2021년 4월 바이든 정권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이들 세력의 저항은 거셌다.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더 커버넌트>는 그런 배경 속에서 이루어졌을 하나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트럭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게 되는 현지 통역사의 죽음을 허망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미 육군 상사 존 킨리(제이크 질렌할 분)의 시선이다.

그가 소속된 부대의 임무는 탈레반의 무기와 군수품을 찾아 없애는 일이다. 현지 민간인들의 협조를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미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사회 전반에 깊게 침투돼 있는 탈레반 조직과 민간 사이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존 킨리가 또 다른 현지 통역사인 아메드(다르 살림 분)와 인연을 맺게 되는 시작점이다.

미군은 그의 협조를 받아 조금 더 원활한 작전을 수행하고 아메드는 협조의 대가로 미국 비자를 약속받는다. 미군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탈레반이 알게 된다면 가족의 목숨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주어지는 계약이다. 이 약속이 미래에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지 못한 채다.

02.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전쟁 영화에는 특별한 목적이나 정해진 공식 같은 것들이 있었다. 국제 사회 질서 내에서의 미국의 위치를 선전하기 위한 목적이 내포돼 있던 200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에서 미군은 세계 최고이자 맡은 임무를 끝내 성공적으로 완수해 내는 선망의 아이콘과도 같았다. 그러다 보니 플롯 자체도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었고, 여러 작품에서 유사한 형식의 구조가 반복적으로 활용됐다. 지금의 작품에서도 그런 기조가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에는 훨씬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2010년 초중반을 지나면서 그런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장르와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피터 버그 감독은 <론 서바이버>(2014)를 통해 윤리와 의무 사이에 놓인 인물들의 현실적인 모습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고, <퓨리>(2014)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기갑사단과 전차병이라는 드물게 활용돼 왔던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 한편, 샘 멘데스 감독은 (2020)에서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는 전에 없던 기술적 성취로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시점을 오롯이 전달하는 데 성공해 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더 커버넌트> 역시 그런 연장선 위에 있다.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처럼 완전히 다른 시도를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의 시점 전체를 미군의 입장에만 올려두었던 지난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연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왔던 가이 리치 감독. 이번 작업에서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두 인물 존 킨리와 아메드의 모습을 지켜보고 담아내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더 커버넌트> 스틸컷ⓒ imdb.com
03.
영화가 3막의 구조처럼 보이는 것, 그런 형식을 통해 두 인물의 결속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두 인물이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구축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IED 사제 폭탄이 만들어지고 있는 근거지를 공격한 이후 탈레반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겨우 탈출한 뒤 그 포위망을 뚫고 나아가고자 하는 장면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후 나머지 러닝타임은 존 킨리와 아메드 두 인물이 각각 절반씩 나눠 가진다.

생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끌려가던 존 킨리를 구하고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진 그를 홀로 짊어진 후에 120km가 넘는 산길을 따라 미군 베이스캠프를 향하는 것이 아메드에게 주어진 이야기다. 나머지 절반의 이야기에 해당되는 것이 덕분에 목숨을 구한 존 킨리가 자신을 구하고자 했던 행동으로 인해 위험에 빠진 아메드를 돕기 위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약속했던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부분. 이쯤 되면, 이 작품의 원제인 'The Covenant', 우리말로 '약속' 또는 '계약'에 해당되는 이 타이틀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영화를 3막의 구조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순차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A(서두) – B(아메드의 이야기) – C(존 킨리의 이야기)의 구조에서 B와 C가 서로 마주하고 있는 형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보다는 A – A' – A''의 구조에 가깝다. A에서 맺어진 각자의 약속을 A'와 A''에서 각각의 인물이 끝내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최선을 다해 미군에게 협조하겠다는 아메드의 약속, 경제적인 보상과 미국 비자를 받게 해주겠다는 존 킨리의 약속. 이 영화의 이야기가 '화답'이나 '보답'이 아닌 '맹약'에 있다는 뜻이다.

04.
"나를 싣고 산을 넘은 것으로 모자란 건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아메드의 도움으로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와 의식을 되찾은 존 킨리는 아메드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듣게 되는 이후의 장면들도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처음 약속했던 비자까지 발급되지 않은 상황. 그는 이제 홀로 남겨진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메드의 비자 획득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 노력은 과거 헐리우드 작품이 보여줬던 전우애나 우정과 같은 감정과는 분명 다르다. 애초에 관계의 출발점부터가 달랐던 탓이기도 하다. 어쨌든 약속은 중요하고 존 킨리는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이 영화의 초반부에는 두 인물이 놓인 배경적 상황과 관계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배치된다. 함께 작전에 나가고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절대적으로 다른 처지에 놓인 두 인물의 가족을 연속해서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다. 작전이 이루어지는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먼 곳에서 풍요롭고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 존 킨리 상사의 가족. 그리고 적으로 삼고 있는 탈레반 세력과 함께 피부 가까운 곳에서, 그조차 좋지 못한 환경 속에 불안한 상태로 놓여 있는 아메드 통역사의 가족. 실제로 아메드는 통역 과정에서 가족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한다.

두 사람이 미군의 명령에 따라 공동의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동료애나 전우애와 같은 공동체적 의식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아메드가 존 킨리를 구해 미군 베이스캠프까지 사력을 다해 떠나온 것도 인류애, 조금 더 노골적인 부분까지 건드리자면 자신의 가족을 현실로부터 꺼내줄 비자 발급에 대한 '약속'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엄청난 희생과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두 지점의 결은 분명히 다르다.

 영화 <더 커버넌트> 스틸컷ⓒ imdb.com
05.
종반에 이르러 전개되는 극적 장치만이 이 영화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예측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지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적이고 장르적이다. 아메드라는 인물의 노고를 표현하고 담아내기 위해 조금의 인색함도 보이지 않았던 가이 리치 감독이 선택한 결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쉽게 영화를 매듭짓고자 했던 게 아니라면 전쟁 영화 장르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구시대적인 부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하기 위해 존 킨리가 가명까지 써가며 접선한 민간 군사 용역팀의 태도 역시 포함된다. '존 킨리'라는 이름을 영웅시하는 모든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더 커버넌트>는 충분히 제 몫을 다해내는 작품처럼 여겨진다. 앞서 열거했던 여러 지점의 변주와 시도들이, 한쪽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라 극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인물 양쪽 모두에 배분된 영화의 시선이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어서다.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극중 인물의 내면을 끌어내는 쪽에 뛰어난 역량을 보이고 있는 배우 제이크 질렌할을 사선(死線)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흥미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마지막의 작은 아쉬움이 전체를 뒤흔들 만큼 큰 흠결로 남지는 않는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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