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장동건·김희애가 건네는 묵직한 질문, '보통의 가족'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수현, 김희애, 장동건, 설경구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하이그라운드

당신의 자녀가 사람을 죽였다면? 이 시대 부모들에게 고찰과 상념을 안기는 올해 문제작이 등장했다. 바로 '보통의 가족'이다. 

24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의 출연배우들이 참석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두 형제 부부가 자식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물이다. 네 사람은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보통의 삶에서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격동하는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허진호 감독은 "범죄 앞에서 이 가족이 하는 행동이 보통이 아닌 특이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실제로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떨지 스스로에게 대입해 봤다. 보고 나서 생각하게 되는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라며 "요즘 교육이 잘못되고 있다고 느꼈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건 부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에 대한 함의를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네 등장인물의 감정을 교차하며 폭발하는 순간들을 화면에 생생하게 담아낸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등이 보여주는 치밀한 감정선은 긴장과 유머를 오가며 관객들을 화면 안으로 끌어당긴다. 특히 허진호 감독은 영화 전개 상 가장 중요한 세 번의 식사 장면에서 각각의 배우들이 표현하는 격정적인 감정을 밀도 높게 담아내기 위해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해 찍었다. 



허진호 감독은 "긴 호흡으로 찍어야 했던 장면이기 때문에 많게는 8번 똑같은 연기를 반복했다. 그런 경우 배우들이 보통 옆에서 리액션 정도만 하는데 김희애 배우가 화면에도 안 나오는데 울면서 열연을 했다. 그래서 다음 배우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들 같은 감정선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 연기력에 굉장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김희애는 "감독님께서 다른 사람 촬영할 때 제가 울었다는데 사실 기억이 안 난다. 제가 울어야 할 때 눈물이 안 나고 눈물이 나면 안 될 때 눈물이 난다. 그 신은 저희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잘 해내서 빨리 끝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했고, 설경구는 "감독님이 8번이라고 했지만 100번 정도를 찍었다. 각도에 따라 미묘한 균열과 위화감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보통의 가족'에서 설경구와 장동건은 형제다. 수현이 설경구, 김희애가 장동건의 아내로 등장한다. 설경구는 극에서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을, 장동건은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를 연기한다. 김희애는 연경 역으로 자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두 형제와 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수 역의 수현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인물을 연기한다. 영화는 네 인물이 자녀의 범죄 행위를 두고 갈등하며 치밀하게 펼치는 감정선을 전개한다. 

장동건은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은 없지만 심리 표현을 세심하게 드러내야 했다. 그런 부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기가 많이 빨렸다"라고 설명했고, 김희애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두 남자가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을 연경의 대사로 통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재밌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에서 등장인물에게 던져진 문제의 정답은 굉장히 분명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다 알고 있는데 자신에게 유리한지 아닌지를 생각하면서 정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라며 함의가 담긴 '보통의 가족'의 시사점을 강조했다. 김희애 역시 "곰국 끓이듯 끈질기게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우려낸 작품"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9일 개봉한다.